도도한 고양이들의 밤 집회

신세계

예전에 내가 파티를 하게 됐었던 계기는
올드했던 남성 맞춤정장을 최초로 대중화시킨
‘오셀로’맞춤정장 대표가
주최하는 청담동 와인파티에 참석한 후다.

다음카페 이름이
무슨 ‘할매 곰탕 30년’ 같이…..
완전 대놓고 직관적인
‘청담동 와인파티’였다.

이 분의 비즈니스 마인드는 일본의
장인 정신과도 닮아있다.
한눈 안 팔고 오로지 한 우물만 판다.

청담동 와인파티는 눈이 번쩍 뜨일 만큼의 신세계였다.
자유로운 동선으로 많은 사람들과 토크 하며
어울릴 수 있는 그야말로 딱 내 스타일이었다.

이 분이 주최했던 파티장소는
그 당시 jyp사옥 근처 ‘화수목(devil)’
이라는 곳이었는데 파티를 주최하는
몇년동안 단 한번도 파티장소를 바꾼적이 없다.
역시 이분은 뚝심이 대단하시다!

오델로대표는 파티주최자란 이유로
파티에 참석한 모든 여자들과
한번씩은 인사라도 나누었다.

몇번을 참석하는 동안에 느낀거지만
이거 순전히 자기 놀이터였다.
취미로 하는 파티인데 돈까지 벌고..ㅂㄷㅂㄷ


나도

아무튼 저 센스없는 양반의 파티가
더이상 만족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놀이터를 만들고 싶어졌다.

혼자 ‘화수목(devil)’을 찾아가
400명쯤 파티에 참석할거라고 호언장담하며
파티대관을 덜컥 해버렸다.

일단 호언장담 했지만 사실 어떻게 인원 모객을
해야 될지 감조차 잡지 못했다.

파티 인원모객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마케터로 살고 있으니
인생은 이래서 모르는 거다.


고양이

싸이월드 클럽에 ‘도도한 고양이들의 밤 집회’
를 개설했는데 내 눈에는 고양이들의 집회가
가장 이상적인 파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싸이클럽 개설후에 기대와달리
고양이 동호회로 알고 가입했다가
탈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셀로 대표의
‘할매 곰탕 30년’스러운 다음카페
‘청담동 와인파티’ 가
젠장~ 납득이 되어버렸다.

난 그래도 고양이는 죽어도 못 버린다.

서클렌즈를 짝짝이로 끼고 다니는
‘ODDEYE 대장 고양이’
내 캐릭터도 만들었기 때문이다.


날짜

약속했던 파티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이거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뒤늦게서야 결국 지인의 지인의 지인까지
불러 모으기 시작했는데 앗!~드디어 깨달음이 왔다.

파티는 이렇게 모객하는 게 정석이었던 것이다.

괜히 오셀로 대표를 벤치마킹했다 싶었다.
조금만 일찍 깨달았어도ㅜㅜ

첫 번째 파티는 40명쯤 참석했는데
다시는 날 안 받아줄 것만 같은
화수목(devil) 사장님의 눈치를 살피다가
특유의 넉살과 당당함으로 덜컥 끌어안고는
두 번째 파티부터가 사실 진짜라고 살랑거렸다..

어쨌든 네 번째 파티에서야
호언장담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정복

화수목(devil)은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전부 다른 콘셉이였는데
오셀로 대표는 항상 3층 와인바에서
파티를 주최했다.

1,2층은 복층 형태의 대형 라운지 클럽이었다.
난 이곳을 반드시 정복하리라는 목표가 있었다.

어느 날 화수목(devil) 사장님에게
난 환상적인 할로윈파티 계획이 있고
1,2층을 꽉 채우겠다며 집요하게 설득했다.
할로윈은 파티의 꽃이라 설득이 어려웠지만
어쨌든 승인ok였다.

그리고, 완전 제대로 할로윈스러운 파티를 기획했다.


별의별 할로원코스튬 콘셉을 다 붙여…
당들을 만들었다.

뱀파이어당 ,히어로당 ,
고스트당 ,좀비당,
옴므파탈당 ,
팜므파탈당,제이슨당..
그리고 게스트 개념의 일반 시민들…

당 대표자를 선출하고 당원을 모집하고
세력 다툼을 하는 정치가 주제인 파티였다.

할로윈 파티 한 달 전부터
당별로 인원 모객이 시작되고
경쟁을 붙여놓으니 모든 게 순조로웠다.

일반시민(게스트)들은 파티에서
당원으로 가입 가능하고
탈당 및 재입당도 가능한 기획이어서
게스트도 많이 필요했는데
기존에 오던 사람들이 있어서 나름 선방했다


우리 세상

결국 할로윈 파티 당일
화수목(devil) 1,2층을

발 디딤 틈 없이 꽉 채우고

들어와 보고 싶어 미칠 만큼의
대기 인원을 만들고
그 길거리에 사람들 때문에
화제가 되어 다른 파티에 갔던
이들까지 불러 모았다.

난 드디어 그것도 1인 단독으로
파티를 주최해서 청담동 바닥을
우리 세상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그 흥을 주체하지 못하는 바람에
파티 수익금을 하룻밤만에 홀랑 써버렸다.ㅜㅜ

다음 날 그 사실을 깨닫고는
혹시라도 남은 돈이 있나 샅샅이 찾아보았지만
젠장~ 단 한 푼도 남아있질 않았다.


항상 질러놓고 계획이 있는 난 송천재다 (왼손은 거들 뿐)